대학교 생활과 중고등 학교생활의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시간표를 내가 직접 짜는 것이었다. 물론 전공에 따라 꼭 들어야 하는 과목과 내가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들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게 시간표를 짤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내 마음대로 시간표를 짤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시간표를 짤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서 나의 소중한 친구가 자세히 알려줬었다. 이 시간표도 그냥 막 짜면 안되고, 하루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과목 개수도 생각해야 하고, 공강을 만들지 말지도 결정해야 하고, 점심시간도 비워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표를 짤 일도 2번밖에 남지 않은 막학년이 되었다.
다시 시간표를 짜는 시기가 다가왔다. 나는 항상 강의시간표가 나올 때 그리고 내가 시간표를 짜고 수강신청을 할 때 이 기간이 매우 설렌다. 지난 학기를 마무리하고 잠깐의 휴식 뒤에 새로운 반년, 한 학기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업을 정할 때 나는 매우 즐겁다. 때로는 내가 잘할 것 같아서 신청한 과목을 C를 맞기도 하고,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기대하지 않던 과목을 A+를 받기도 하며, 시간표를 짤 때와 학기를 마무리할 때 각 강의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달라진다. 그런데도 항상 재미있는 한 학기를 보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에게 필요한 과목과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골고루 섞어서 시간표를 짰을 때 어떤 쾌감과 설렘이 참 좋다. 또 수강신청을 끝낸 후에 2주 정도 지나면 학교에 등교하여 동기들과 인사를 하고,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고, 새로운 강의의 OT를 듣고, 오랜만에 학교 앞에서 밥을 먹을 때 그 활기참이 참 좋았다. 개강하는 계절이 봄과 가을인지라 개강하는 날의 날씨도 항상 좋았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직접 가서 수업을 듣지 않으니 이런 점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매우 아쉽다.
새내기 때 시간표를 짰을 때와 막학년에 시간표를 짤 때의 마음가짐은 역시 다르다. 새내기 때는 대학 생활의 시작을 잘하기 위해 시간표를 짰고, 막학년에는 앞으로 남은 대학 생활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시간표를 짠다. 이제 나의 인생의 핵심적인 한 부분이자, 처음 겪는 대학 생활의 마무리를 향해 시간표와 함께 새로운 시작과 함께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