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에 대한 생각의 전환1
'능력주의'란 승진, 보수 등에 관하여 능력에 의한 평가를 준거로 하며, 능력 있는 자는 보다 빨리 승진시키고 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인사행정의 한 접근방법이다. 인사행정에서 뿐만 아니라 능력주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철학이라고 보면 된다. 능력주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내가 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과연 우리를 정말 평등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줄까?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며, 능력주의가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제기한다. 나 또한 능력주의의 표면만 보고 능력주의야 말로 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는데 핵심적이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당장 나와 나의 주변 그리고 우리 사회를 생각해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학력은 정말 순수한 나의 능력으로 얻게된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다. 내 부모의 재산을 이용하여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 다닌 학원과 과외를 생각하면 완전히 나의 능력으로 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나보다 능력이 낮은 친구들도 나보다 더 많이 대학 입시에 투자를 하여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나보다 능력이 높은 친구들도 나보다 덜 대학 입시에 투자하여 더 좋지 않은 학교를 들어간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갖게된 '부'도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가?라고 생각도 해보았다.
또한 책에서 말하듯이 '성공한 사람은 그럴 만해서 성공했다'는 신념을 가진 오늘날의 세속적 능력주의 질서는 성공에 도덕의 틀을 씌운다. 부자는 가난한 자보다 부자일 만해서 부자라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탁월한 덕성을 반영한다. 이는 '신 없는 섭리론'과 이어진다. 나또한 역시 성공한 사람은 그들의 덕성 덕에 성공했다는 승리주의적 능력주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그들의 덕성 덕에 성공한 것인가? 그들의 덕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마이클 센델은 또한 능력주의를 '신의 구원'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신에게 선택된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을 얻은 것인가? 아니면 신의 은총으로서 구원을 얻은 것인가? 즉 구원이 자식의 노력으로 얻은 구원인지, 인간의 능력 밖의 신의 은총으로 얻은 구원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신의 구원을 능력주의의 측면에서 보는 것은 내가 이전에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선행을 함으로써 구원을 얻는다'는 말 안에는 인간의 능력을 인정하는 게 포함되어있고, 구원은 '스스로 구제한다'라는 의미가 포함되고 있으며, 결국 신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의 전지전능함을 믿으면서도 인간 스스로 신의 한계를 정의하는 모순을 만든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의 은총만을 믿으며 악을 행하고 무법천지인 상태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 물음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자'라고 쉽게 말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왜냐면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이고 많은 사람들은 신을 믿든 믿지 않든 간에 악을 행하면 언젠가 나에게 좋지 않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덕'과 '윤리' 아래에서 우리는 악이 아닌 선을 향하면서 살고 있다.